꼭 읽어주세요 - Black Lives Matter

June 5th, 2020

현재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구조적인 인종차별, 공권력의 무분별한 폭력, 이를 두둔하는 시스템,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인종차별주의자에 대해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의 사람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다음 항목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왜 중요한지
  • 편향된 언론
  • 트위터 읽어보기
  • 후원하기
  • 공부하기
  • 이야기하기

왜 중요한지

한국 안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는 상관없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 이제는 국가의 경계가 약해져가고 있고, 전 세계적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연결되어 있는 시기입니다. COVID-19를 거치면서 한국이 다른 많은 나라를 도와주기도 했고,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보면서 80년대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고 있죠.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특히 그게 인권에 관련된 일이라면 서로 돕고 지지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다른 나라의 많은 도움이 있었듯이요.
  • 한번 이기적인 관점에서 본다고 쳐도, 인종 차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여행이나 비즈니스 등 한국을 벗어날 때 받을 차별을 상상해보세요.
  •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가 아닙니다. 미국만큼 인종과 민족이 섞여 있진 않지만,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인종차별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인종차별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가 인종차별에 무지하다는 것은, 우리는 이 나라에서 그래도 상관없이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특권을 가진 것이고,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한국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입니다.
  •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제가 이 글에서 지면을 더 크게 할애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렵고, 그저 "은재가 해외에 사니 인종 차별이 없어져서 안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라도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편향된 언론

언론사들은 제각기 편집 방향과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내의 메이저 언론사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기득권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노조, 파업, 시위(가령 촛불집회) 등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사를 써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현실을 왜곡하는 악질적인 기사들이 많았죠.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건도 미국이든 한국이든 언론은 자기들 입맛에 맞게 일부는 축소하고 일부는 확대해서 보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진실인가? 답은 없습니다. 언론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개인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사람들이 올리는 내용들을 종합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덧입혀 판단해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옳은 언론사도, 절대적으로 틀린 언론사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봤을 때 지나치게 편향되었다 생각되는 기사의 하나만 같이 읽어볼까요.

제목: "매장 털리는 것 CCTV로 보고 발만 굴러.. 40년 일군 가게 하루아침에 잿더미"

기사에 데이비드 김 씨에 대한 내용은 딱 저 부분뿐이어서 저만큼만 발췌했습니다. 기사를 다 읽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안타까운 한 교민이 흑인 시위자의 약탈에 의해 사업이 무너졌네요. 그런데 정말일까요? 여러 차례 검색을 해서 미국 쪽 뉴스 사이트에서 데이비드 김 씨를 다룬 기사 몇몇을 찾았습니다만, 가해자가 누구였는지 언급한 기사까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흑인이 가해자인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할 수 없겠네요. 그러나 일단 이 한글 기사에서는 얼핏 다음 두 내용이 팩트 같이 들리는데요.

  • 흑인 시위자가 공격했다.
  • 백인 여성이 복구를 도왔다.

기자가 정말 두 팩트를 확인하고 기사를 썼을까요? 정말 그랬다면, 명시적으로 "흑인의 공격에 가게가 불탔다"라고 적었을 겁니다. 하지만 확증은 없었나 봅니다. 묘하게 그 표현은 쓸듯 쓸듯 쓰지 않았네요.

기사를 보다 보면 사실과 관련이 없는데 관련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군더더기를 붙이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덜하지만 성범죄 피해자인 여성에 책임 소지를 전가하고 싶은 기자가 이런 식의 제목을 쓰는 것 다들 많이 보셨죠.

술집 근처에서 밤늦게 짧은 치마를 입은 여대생이 성폭행당해

누가 봐도 의도가 보이지 않나요. 그냥 여성이 혹은 한 사람이 성폭행당했다고 하면 될 텐데, 굳이 피해자가 당할 법한 행동을 했다는 식의 뉘앙스를 교묘하게 심어줍니다.

다시 아까 기사로 돌아가서 기자는 흑인의 공격이라는 증거가 없는 것 같지만, 흑인의 공격처럼 보이게끔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밑밥만 잔뜩 깔려있거든요.

  • 주민의 71%가 아프리카계라고 일단 인구 비율을 깔아놨고,
  • 흑인 손님들과 친근하게 지냈기에 더 안타까웠다는 표현이 들어갔고 ('흑인이 뒤통수를 쳤다'는 뉘앙스),
  • 복구를 한 명이 도왔는지 열명이 도왔는지는 말하지 않은 채, 백인 여성 한 명만 언급을 했고,
  • 김 씨를 도울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표현을 써서 결과적으로 흑인과의 대비되는 인상을 줬습니다.

사실은 뭔지 상관도 없이, 그저 짜 놓은 프레임을 전달하기 위해 이런저런 재료를 가져다가 이야기를 만든 그런 기사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찾았던 다른 기사에서는 좀 더 사실에 집중하고, 김 씨를 후원하는 방법도 소개를 하는 등, 이 기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참고로 데이비드 김 씨를 후원하기 위한 페이지가 이 글을 쓰는 시각 기준으로 3일 전에 개설되었고 지금까지 목표 금액의 절반 정도인 약 8천5백만 원이 모금되었습니다. 마음이 가신다면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후원 페이지에 가시면 데이비드 김 씨가 미국까지 건너가게 된 여정을 포함해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트위터 읽어보기

한국과 달리 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폭넓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 중에도 실시간으로 많은 정보와 사진,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몇몇 중요한 트윗들을 열거해보겠습니다. 보기 힘들고 거북하시더라도 끝까지 참고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조지 플로이드 씨 사망 이후로 폭발한 시위에,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긴 역사 동안 억압받았지만, 그래도 사회 법규를 지키려 노력해왔는데, 경찰은 조지 플로이드 씨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습니다. 그 와중에 그는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고, 그저 숨을 쉴 수 없다고만 말하다가 결국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렇게 법규를 지키라 말해서 지켰지만 결국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 손에 아이러니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걸 지켜본 흑인들의 마음이 온전할 수 있을까요. 시위가 시작되고 어떤 사람들은 상점들을 파괴했고, 약탈했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들을 가지고 이 전체의 시위를 물타기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시위대는 더 나은 시위를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 한 백인이 보도 블록을 망치로 깨서 그 조각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려는데, 시위하던 사람들이 이 사람을 제압하고 경찰에 인계합니다.

↓ 한 백인이 스케이트 보드로 상점 유리를 깨고 약탈하려 하지만, 주변 흑인들이 달려와 제지합니다.

흑인이 약탈을 한건 가요. 백인이 약탈을 한건 가요. 그냥 일부의 사람들이 약탈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연합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본질인, 폭력적인 법 위에 있는 경찰들에게 대항합니다.

↓ 메가폰을 든 사람이 평화로운 시위를 하기로 약속해달라 말하고, 사람들은 동의의 박수를 칩니다.

↓ 한 사람이 시위대에게 마스크를 나눠줍니다.

↓ 시위가 끝나고 길거리를 청소합니다.

↓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 명의 경찰을 시위대가 둘러싸서 보호합니다.

↓ 이 시위에 반대하는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시위대를 공격하려 나서기도 합니다. 이 남성은 실제 사냥용 활을 들고 시위대를 겨냥하다가 제지당합니다.

↓ 평화롭게 거리도 지켜가며 손을 든 채 가만히 서서 시위를 합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경찰이 최루탄을 던지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 미국에서 경찰은 네임 태그, 바디 캠, 뱃지 넘버를 달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떼거나 가린 경찰들이 너무나 많이 목격됩니다.

↓ 피를 포함한 잔인한 장면이 담겨있습니다. 심신이 미약하시면 보지 않으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 현 미국의 상황을 너무나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앞 차의 백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바로 뒤에 있는 차에는 흑인 두 명이 타있는데 이유 없이 경찰들이 그들을 막아서고 타이어를 터뜨려서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그들을 끌어내립니다.

↓ 급기야 군인들이 동원됩니다. 시위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군인이 동원되는, 1980년대의 한국이 연상됩니다.

↓ 경찰이 평화롭게 시위하는 시민을 상대로 저지르는 무자비한 폭력을 모은 스레드입니다.

후원하기

전 세계에서 미국과 필리핀 딱 두 국가에만 있는 제도가 있는데요. 일단 경찰에 연행되어가면 죄의 유무에 상관없이 재판이 열릴 때까지 계속 구치소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려면 보석금을 내야 합니다. 결국 돈이 없는 사람은 죄의 유무에 상관없이, 일단 경찰에 끌려가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날 때까지 구치소 생활을 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제도인데요. 위의 트윗들을 통해 보다시피 미국 경찰들이 정말 닥치는 대로 길거리에 있는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최루탄을 던지고 곤봉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죄목 없이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시국에, 가장 시급하게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빼낼 보석금을 후원하는 일입니다. 그 보석금을 내야 하는 제도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구치소에 방치할 수는 없으니, 긴급하게 그들은 빼내고, 이 시스템은 좋은 정치인을 뽑음으로써 개선해 가야겠죠.

그래서 저와 제 아내 민지는 같이 고민해보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적은 금액이나마 후원했습니다. 여러분도 단돈 천 원이라도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 목록의 단체들에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후원금을 사용하는 곳인지 확인해보시는 걸 추천해드리나, 저한테 메시지 주시면 제가 사이트를 고르는 부분에서부터 실제로 송금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도와드리겠습니다.

공부하기

저희 부부가 금액은 정말 적지만 그 돈을 보냈다고, 그리고 이런 글을 올린다고 "내 몫은 다 했으니 이제 맘 편히 지내야지"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을 내서 인종차별에 대해 공부하고, 내 의식을 바꾸려 노력하고, 차별받던 그들의 비즈니스를 이용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읽고 공부할 한국어로 된 좋은 자료가 어떤 게 있는지 몰라서 적지 못하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혹시 추천해주신다면 여기에 덧붙이겠습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zh6reFJWkZRGBL5iIezTfA2tkKBB3X9JcMh2QYT8tWk/edit

위 문서에 다양하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이 적혀있습니다.

이야기하기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잘 모르기 때문에 말을 하다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야기 나누며 서로서로 발전해나가야 합니다. 저도 지난 한 주간 많은 글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고민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 이해가 안 가는 점, 혹은 저와 반대되는 의견을 갖고 계시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저에게 메시지 주시고 같이 대화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이게 널리 퍼져서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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